가이드와 스토리

기후산에서 느긋한 시간 보내기

나가노, 도야마, 기후현을 여행하다 보면 아름다운 산악 절경에 시선이 절로 이끌립니다. 도시의 경관 너머로 모습을 드러내거나, 저 멀리서 차분하고 고요한 모습으로 가까이 오라며 손짓합니다.

참고 사항: 이 글은 2019년 5월 여행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입니다. 이동 경로에 관한 일부 정보와 방법에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신호타카 로프웨이. 참고 사항: 신호타카 로프웨이는 2020년 여름에 새단장을 하고 다시 디자인되었습니다. 본문의 사진은 검은색 2층 캐빈을 제공하는 신형 곤돌라 리프트와 차이가 있습니다. 세부 사항은 공식 웹사이트를 참조하세요.

저희는 이 산에 가고 싶은 유혹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주부산가쿠 국립공원에 있는 마을과 도시를 방문하면서 산으로 향하고 싶은 열망이 커지기만 했습니다. 멋진 박물관을 방문해 옛 공예를 배워보았고, 신선한 현지 음식을 맛보기도 했습니다. 그 유명한 일본식 환대도 마음껏 즐겼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문명을 벗어나 그 지역의 수많은 독특한 문화의 원천인 일본 알프스의 깨끗한 공기 속에서 ‘디지털 디톡스’를 경험하고 싶었습니다.

저희는 그림처럼 아름답고 역사적인 기후의 도시 다카야마에서 주부산가쿠 남부에 있는 국립공원으로 들어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여기서부터 버스가 빠듯하게 굽이진 산길을 따라 오구히다로 향한 뒤, 북부 일본 알프스를 지나 더 동쪽으로 이동해 마쓰모토의 평화로운 성곽도시에 도착합니다.

기후의 생생한 역사

기후에서는 군벌이나 통치자들이 아닌 보통 사람들의 시각에서 본 일본의 역사를 접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교토에서 황실의 보물들을 보았고, 경외심이 들게 하는 사무라이 검들도 볼 수 있었습니다. 유물 중 상당수는 아름다운 공예품을 만들던 일본 중부지역 장인들이 기후의 풍부한 천연 자원을 이용해 만든 것인데, 실제 설명을 듣기 전까지는 전혀 몰랐습니다.

이들의 전통은 세대를 거쳐 전해졌고, 각 지역은 여전히 특정한 공예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다카야마는 상업 도시로서, 이 지역의 정교한 히다 목각품이 진열된 역사 지구의 건물이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미노는 ‘미노 와시’라는 종이로 유명한데, 등불부터 문풍지까지 모든 곳에 활용하던 튼튼하고 정교한 종이입니다. 구조 하치만에서는 400년 간 운영된 쪽빛 염색 가게를 방문할 수 있습니다. 현재는 대부분의 칼과 가위를 세키시에서 생산하는 반면, 우아함을 자랑하는 ‘카타나’ 검들은 여전히 이곳에서 생산합니다.

이와 같은 모든 제품에는 산 모양의 문양이 새겨져 있습니다. 구조 쪽빛의 깊은 색과 미노 종이는 산의 샘에서 흘러내리는 깨끗하고 산소가 풍부한 물 없이는 만들 수 없을 것입니다. 다카야마의 목각품은 북부 일본 알프스의 수원을 머금은 풍성한 숲이 있기에 탄생할 수 있습니다.

사토야마: 자연과 함께하기

호타카산

여러 세대에 걸쳐 지역 주민들은 균형을 지키고 지속 가능한 삶을 살기 위해 ‘자연에 맞서지 않고 함께 한다’는 사토야마의 원칙에 따라 살아왔습니다. 보존된 시라카와고 마을에서 저희는 기후의 자연의 아름다움과 풍요로움을, 그리고 이와 조화를 이루어 사는 데 필요한 노력과 독창성을 보았습니다. 가파른 경사면으로 유명한 농가의 갓쇼즈쿠리 지붕은 그림처럼 아름다운데, 이 지붕의 주 용도은 아주 추운 겨울 무거운 눈이 쌓여도 건물이 무너지지 않게끔 하는 것입니다.

이 눈은 다카야마의 농부들에게 쌀 농사를 지을 시기를 알려 줍니다. 이들은 눈이 지붕에 얼마나 긴 시간 쌓여 있는지를 보고 시기를 파악합니다. 저희는 버스를 타고 다카야마시를 떠날 때 산을 쳐다보며 산이 그것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풍경이 계속해서 바뀌었습니다. 숲과 들, 소규모로 모여 있는 집, 구불구불한 산길이 교차해서 나타났습니다. 터널을 하나씩 빠져나올 때마다 풍경은 점점 더 극적인 느낌을 주는 듯 했습니다. 산꼭대기는 더 높고 뾰족해졌고, 계곡은 더 깊어졌습니다. 저희는 작은 마을, 논으로 둘러싸인 외딴 농가, 상록수 앞을 지키고 있는 신사 입구를 지났습니다.

주부산가쿠 국립공원의 웅장한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고, ‘사토야마’로 불리는 마을숲 방식의 접근이 주는 효과를 뚜렷이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인간에 의한 개발과 발전이 특정 지역에 국한되어 있는, 자연 그대로인 아름다운 풍경이 보였습니다. 저희는 인구가 좀 더 밀집된 지역인 히라유 온천에서 잠시 멈췄습니다. 이곳에서 몇몇 사람들은 가미코치행 버스로 환승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환승을 하지 않고 호타카산 산기슭을 향해 오쿠히다로 더 깊이 향했습니다.

신호타카 온천에서의 휴식

저희의 목적지는 푸릇푸릇한 하천 계곡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온천 마을 신호타카 온천이었습니다. 수수한 분위기의 이곳 리조트는 국내 여행객들에겐 인기가 좋지만, 해외 여행객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히라유보다 작습니다. 그 고요함은 자연과 바로 맞닿아 있음을 의미합니다. 강을 따라, 흰색자작나무숲을 지나, 혹은 호타카산 속에서 걷거나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길도 있습니다.

호텔에 도착한 저희는 천장에 어두운 색깔의 나무 기둥이 있는 입구로 들어섰습니다. 너무 거대해서 나무 줄기를 통째로 사용한 것처럼 보일 정도였습니다. 신발을 벗고 섬세하게 채색한 문과 움푹 들어간 전통 화로 ‘이로리’를 지나 다다미가 깔린 로비로 이동했습니다.

저희가 갓쇼즈쿠리 가옥에서 본 것과 비슷한 거대한 기둥과 이로리처럼 세심하게 준비된 기운을 북돋아 주는 산채 요리도 이 지역에 뿌리를 두고 있었습니다. 산채 요리는 죽순, 쓴 머위, 민물고기처럼 산에서 얻은 재료를 기반으로 하는 요리입니다. 메뉴에는 마블링이 있는 히다 소고기, 따뜻하고 감칠맛이 도는 호바 된장 등의 다른 현지 특산물도 있습니다.

저녁 식사 후, 등나무가 가득하고 바위가 흩어져 있는 강이 내려다보이는 호텔 야외 온천에서 피로를 풀었습니다. 이곳은 원래 계절마다 풍경이 바뀝니다. 가을이 되면 맞은편에 있는 나무가 붉은색과 황금색으로 변하고, 겨울에는 눈이 내려 나뭇가지에 무겁게 쌓이며, 다시 봄이 오면 신록이 돋아납니다.

신호타카 온천에는 천연 온천이 풍부합니다. 몇 군데는 호텔 고객만 입장할 수 있고 그 외에 다른 곳은 당일 여행객들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대형 공용 수영장과 개인 수영장은 물론, 마을 여기저기에 지친 여행객들을 위한 족욕장이 있습니다. 니시호타카다케산 중턱에도 족욕장이 있습니다.

야외 온천욕

산으로 이동하기: 신호타카 로프웨이

다음날 아침, 저희는 산 속으로 좀 더 깊이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신호타카 로프웨이의 가장 낮은 역인 오쿠히다의 더 깊은 곳으로 향하는 셔틀버스를 탔습니다. 유황 섞인 수증기 구름이 건물 주변의 온천에서 솟아올랐습니다.

건물 안에서 저희는 운영 시간을 포함해 로프웨이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로프웨이는 연중무휴 운영하며, 아침 일찍 또는 늦은 밤 임시로 연장 운행하기도 합니다. 광공해가 적고 깨끗한 산의 공기로 밤에는 장엄한 풍경을 볼 수 있으며, 특별한 천체 관측 이벤트도 가끔 진행됩니다.

로프웨이는 계곡 바닥과 1,000m가 넘는 니시호타카다케의 윗부분을 연결합니다. 저희는 나베다이라 코겐역으로 올라가는 짧은 거리를 곤돌라로 이동했습니다. 이곳에는 주위 자연경관에 관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관광 안내소와 뜨거운 천연 족욕장이 있습니다.

두 번째 탑승한 곤돌라는 일본 최초의 2층 곤돌라였는데,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니시호타카구치역까지 7분 정도 소요됩니다. 곤돌라가 워낙 빨라 울렁거리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높이 오를수록 풍경의 파노라마 전경이 펼쳐졌고, 그 장대한 아름다움에 일행 모두는 말을 잃었습니다.

곤돌라에서 내린 저희는 곧장 전망대로 향해 2,156m에서 바라보는 풍경을 만끽했습니다. 호텔을 향하는 V모양의 계곡도 내려다보고, 멀찍이 떨어진 다카야마도 보았습니다. 산봉우리들이 수평선을 촘촘히 메우고 있었습니다. 마치 유령처럼 하얀 자작나무와 무성한 청송은 설원을 뒤덮고 있었고, 화산 분출물이 화구로 올라가는 지하통로인 산비탈 근처 화도에서는 수증기 기둥이 느릿하게 올라왔습니다.

신호타카 로프웨이. 참고 사항: 신호타카 로프웨이는 2020년 여름 리모델링과 개선 사업으로 새롭게 단장했습니다. 본문의 사진은 검은색 2층 캐빈을 제공하는 신형 곤돌라 리프트와 차이가 있습니다. 세부 사항은 공식 웹사이트를 참조하세요.

북부 일본 알프스 탐방

저희는 전경 감상을 마치고 나무숲을 천천히 둘러보았고, 높은 고도에 여전히 눈이 쌓인 풍경의 신비로움을 즐겼습니다. 쾌활한 웃음와 함께 등산화를 신고 배낭을 멘 사람들이 한산한 등산로의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며 저희를 지나쳤습니다.

로프웨이 역에서 뻗어나가는 몇몇 루트가 있으며, 나베다이라 코겐에서 출발하면 가벼운 자연 산책로로 접어들 수 있습니다. 본격적인 하이킹 코스는 니시호산소 산장까지 1시간 반 정도 소요되는 니시호타카구치역에서 시작합니다. 산장부터 가파르게 이어지는 솟아오른 바위를 3시간가량 오르면 2,909m 높이의 니시호타카다케산 정상에 도착합니다. 이곳은 충분히 숙달된 등반가에게 적합한 곳이지만, 체력과 지구력에 자신있는 분이라면 일본 알프스의 멋진 풍경을 보기 위해 도전해볼 가치가 충분한 장소입니다. 그 대신 숲이 이어지는 둘레길을 따라 2~3시간가량 가미코치를 향해 내려가는 코스도 있습니다.

신호타카 로프웨이의 가장 높은 역에서 바라본 일본 알프스의 풍경

계곡으로 내려올수록 눈이 적어지다가 없어지는데, 몇 개월 후에는 이 풍경이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했습니다. 산속의 겨울은 혹독하겠지만 그 풍경은 눈부시게 아름답습니다. 겨울에도 주부산가쿠 국립공원의 많은 곳을 방문할 수 있는데, 인파를 피하고 싶으시면 이 시기가 좋습니다. 하지만 이때는 일부 도로에 차량 접근이 불가능하니 이용 가능한 루트를 출발 전 미리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대표적인 겨울 활동으로 나베다이라 코엔 주위에서 스노슈잉, 히라유에서 스키와 스노보드, 그리고 오쿠히다 지역에서 하이킹을 즐길 수 있습니다. 니시호 산소 산장은 북부 알프스 융기선에 있는 유일한 오두막으로 일년 내내 운영합니다. 겨울 하이킹 후에는 내리는 눈을 맞으며 온천욕을 즐기는 것 또한 놓칠 수 없는 즐거움입니다.

저희 일행은 주부산가쿠산에서 짧은 시간을 보내며 휴식과 회복을 취했고, 느린 여행의 호흡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긴다는 것의 기쁨을 되새겼습니다. 휴식으로 기운을 찾고 다시 문명 세계로 돌아갈 준비를 마쳤지만, 가까운 시일 내 꼭 돌아와 북부 일본 알프스의 장엄한 산꼭대기를 여행하고 계절의 변화를 지켜보자고 생각했습니다.

히라유 폭포

글쓴이: Rebecca Halle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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