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와 스토리

산리쿠 훗코 (재건) 국립공원에 자리한 미치노쿠 해안 트레일의 회복의 길을 따라서

일본의 도호쿠 해안을 따라 뻗어 있는 1,000km 길이의 등산로가 연결된 미치노쿠 해안 트레일에 서 있으면 몇 마일 밖이 바라보입니다.

짧게 깎인 풀밭이 언덕 아래로 뻗어 있고 뒤쪽으로는 나무로 된 여관이 늘어선 곳까지 자리 잡고 있으며 눈앞에 보이는 거무스름한 바위투성이 절벽에서 뚝 끊겨 있습니다. 왼쪽으로는 뒤엉킨 소나무 숲이 펼쳐져 있으며 긴 가지들이 소금기가 섞인 바람에 휘어져 있습니다. 오른쪽으로는 잔디가 모래밭과 희고 파랗게 칠해진 배가 고요한 수면 위로 넘실대는 작은 항구까지 뻗어 내려가 있습니다. 가족들이 연을 날리며 놀고 있고 아이들은 야외 요가 수업이 끝난 후 매트를 말고 있는 사람들 사이를 누비며 돌아다닙니다.

“저 건물의 표시는 물이 얼마나 높게 들어찼는지 알려주지요.” 우리의 가이드인 나오코 마치다 씨가 미간을 찡그리며 말합니다. 마치다 씨는 얼굴에 바람이 불어오자 짧은 갈색 머리칼을 뒤로 넘기며 해변 위 건물을 가리킵니다. “내륙으로 11m의 파도가 들이쳐 초지의 절반을 침수시켰지요.”

혼슈의 북동쪽 끝에 있는 하치노헤시 외곽의 다네사시 해안에 자리한 이 평온한 장소는 제일 북쪽에서 2011년 3월 11월의 재해를 맞은 지역 중 하나입니다. 진도 9.0~9.1을 기록한 일본 사상 최악의 지진으로 인한 쓰나미가 해안을 강타했습니다. 파도가 40m 높이로 치솟았으며 가공할 만한 속도로 내륙을 집어삼켰습니다. 사망자는 1만 5천 명이 넘었으며, 10만 명 이상이 집을 잃었습니다.

몇 년이 지나 재건 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런 규모의 재해를 겪고 다음의 회복 과정은 단순히 새 건물과 방파 시설을 짓는 것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2013년에 산리쿠 훗코 (재건) 국립공원이 해안선을 따라 지어졌습니다. 이 공원의 목적은 자연환경을 보호하고 자연의 포용과 위험의 균형을 잡는 전통적인 방식을 방문객들에게 알리는 것입니다.


미치노쿠 해안 트레일의 여러 구간이 동시에 개방되었으며, 2019년 6월 전체 코스가 공식 개방되었습니다. 이 코스는 네 군데의 현에 뻗어 있으며 지역 전역에서 지속 가능한 느린 여행을 장려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하시카미산

코스는 다양한 난이도에 따라 28가지 구간으로 나뉘어 있으며 모든 코스는 하루에서 사흘이면 완주할 수 있습니다. 전체 코스를 둘러보기 위해서는 몇 주가 걸립니다. 코스의 최북단 지역인 다네사시 해안을 따라 자리한 하치노에 구간은 제일 짧은 코스 중 하나이며 16.5km 길이로 하루만에 완주할 수 있습니다. 트레일의 두 번째 장소는 하시카미 구간으로 길이가 34km이며, 하시카미산 정상에 오르는 것을 포함해 완주에 이틀 이상의 기간이 소요됩니다. 코스의 전 구간은 산책로로 연결되어 있지만, 시간이 촉박하고 체력이 부족하다면 종주에 사흘 이상이 걸리는 40.9km의 가마이시 구간과 같은 코스 일부를 오가는 버스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다네사시 해안

해박한 지식을 갖추고 열정적인 지역 주민들이 근무하는 트레일 센터들은 각 구간의 관문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관광 안내소에는 브로슈어가 잘 구비되어 있어 자연스레 여행객을 위한 만남의 장소가 됩니다. 깔끔한 나토리 트레일 센터에서 시오가마에서 다고, 센다이 구간의 트레일에 쉽게 방문할 수 있으며, 이곳은 센다이 공항에서 자동차나 택시로 20분 거리에 있습니다. 이 센터는 미치노쿠 해안 트레일의 중심부로, 트레일을 탐방할 때 필요한 긴 트레일 코스와 트레일 관습 등 모든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트레일의 북쪽 끝에는 새로 생긴 다네사시 해안 안내소가 자리해 있습니다.

나토리 트레일 센터

마치다 씨가 관광 안내소에서 항구로 안내함에 따라 우리는 투명한 물가를 지나 걸어갔습니다. 우리는 불가사리, 성게와 이름을 알 수 없는 고둥 모양의 푸른 균사체도 보았습니다. 마치다 씨가 지역 어민인 에이지로 타테 씨를 부르니 그는 이것이 아주 큰 군소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우리는 자리에 앉아 크림 같이 부드러운 날것의 성게와 숯불에 구운 고등어를 점심으로 먹으며 타테 씨와 대화를 나눴고, 그가 겪은 2011년의 재해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는 수줍게 발밑을 쳐다보며 말했고, 무언가 진지한 이야기가 나올 때면 그의 넓은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습니다.


“저는 배를 잃었습니다. 모든 어선을 잃었어요.” 그는 발을 이리저리 움직이고 초조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얼마간은 물고기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해야 할 일이 있었지요. 재건해야 했습니다.”


지역의 어민들은 약 1년 후 정부 지원으로 새 어선을 사고 물고기잡이를 위한 오두막을 새로 지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해저에 남은 잔해가 조업에 큰 영향을 미쳐 지금도 쓰나미 전보다 어획량이 적습니다.


타테 씨가 어선을 잃어 정말 괴로웠겠다고 말하자 그의 초조함은 사라졌습니다. 타테 씨는 얼굴 앞으로 손을 흔들며 정중한 부정을 의미하는 일본인 특유의 몸짓을 취했습니다. “저는 아주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다시 조업을 하고 있고 하치노헤에서는 재해가 아주 심각하진 않았지요. 남쪽 지방은 훨씬 심각했어요. 이곳에 사는 걸 정말 감사히 여기고 있습니다.”

트레일을 따라 걸으며 그가 운이 좋다고 여기는 이유를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이곳은 숨막히게 아름다웠습니다. 우리는 바다로 돌출된 멋진 암석 지형과 어선이 옹기종기 모인 아름다운 풍경의 항구를 지나 펼쳐진 초지를 건너 해안가 숲을 산책했습니다. 마치다 씨는 돌에서 자라난 큰 체리 나무와 오후의 햇살 아래 무성하게 우거진 잎을 가리킵니다.


“이곳을 바로 지나가는 철길이 있습니다.” 한쪽을 가리키며 마치다 씨가 말합니다. “봄에는 꽃을 감상할 수 있는 특별 열차를 탈 수 있어요.” 마치다 씨는 활짝 웃으며 나무를 올려봅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은 산책로에서 나무를 더 가까이 볼 수 있다는 걸 알지요. 돈을 들일 필요 없이 꽃잎이 떨어지는 곳에 앉아서 꽃향기를 즐길 수 있습니다.”

그 다음 우리는 남쪽의 북게센누마 구간으로 향하며 뾰족한 모양의 기타야마자키 절벽과 조도가하마 해변의 가루처럼 고운 모래밭을 지나 미야기현의 작은 도시인 게센누마시에 도착했습니다. 어민들은 번쩍이는 어선에서 어획한 물고기들을 내린 다음 해안 가까운 곳에 모여 있는 새로운 건물을 향해 실어나르고 있었습니다. 이곳에는 오래된 나무나 건물이 없습니다. 도시 곳곳에는 비어 있는 땅이 많으며, 건설 차량들이 길 건너 1대 꼴로 굴러가고 있습니다. 이제 타테 씨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남쪽 지역의 쓰나미 피해가 훨씬 컸습니다.

조도가하마

북게센누마 구간의 가이드인 니샨트 아누 씨와 함께 항구 주변을 산책하며 마을의 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종종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느라 말을 멈추었습니다. 아누 씨는 현재 게센누마 관광 컨벤션 협회에서 일하고 있지만, 원래는 영어교사로 일하기 위해 2014년 게센누마에 왔습니다. 야구 모자를 쓰고 스케이트보드 및 서핑을 즐기는 이 느긋한 미국인은 일본 어촌 항구에는 잘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그는 따뜻하고 여유로운 도시인 이곳에서 빠르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제 아파트는 아래쪽 항구 근처에 있었습니다. 부지를 잃게 된 지역 산업체를 위한 일종의 임시 장소인 재건 마을 바로 옆이었지요. 저는 일본어를 잘 못해서 매일 밤 저녁을 먹으러 나가 지역 주민들과 대화하며 연습했습니다.” 그는 말을 잇기 전 지나가는 어민에게 손을 흔들었습니다. “공동체 정신이 아주 강하다는 걸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도시가 폐허가 되었을 때도 사람들 덕분에 이 특별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지요.”

기타야마자키

게센누마는 지진과 쓰나미의 여파로 폐허가 되었습니다. 뒤집힌 선박에서 흘러나온 기름에 불이 붙어 엄청난 불길이 도시를 파괴했습니다. 1천 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수천 명이 갈 곳을 잃은 채 남겨졌습니다.


“현재로서는 관광 산업이 재건에 필수적입니다.” 아누 씨가 말했습니다. “지역 사회가 수산업을 다시 살리기 위해서 아주 열심히 노력해 왔지만, 여기는 관광도 매우 중요한 곳입니다. 미치노쿠 트레일 같은 곳에 여행객들이 쉽게 방문해 지역의 생활을 경험할 수 있고 도호쿠의 특별함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고가메산

우리는 도심에서 벗어나 남쪽으로 길을 따라간 다음, 내륙으로 잠시 우회해 언덕 꼭대기에 있는 세이료인 사원으로 갔습니다. 자젠 명상 수업을 듣고 나서 주지 스님과 역시 스님인 두 아들과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사원은 지역 사회의 구심점으로, 부지에는 노래방까지 지어져 있었습니다. 재해 이후 스님들은 이곳을 피난처로 개방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불교 행사를 열지 않기로 했었지요. 각기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머무르고 있었고, 사람들이 안전하고 편안하다고 느끼게 하는 게 최우선이었습니다.” 머리를 민 전통적인 승려 머리를 한 훤칠하고 건장한 스님이 말했습니다. 스님은 진한 커피 한 잔을 건네며 “좀 더 늦은 시간에 오셨다면 맥주를 내왔을 겁니다”라며 웃었습니다. 낭랑한 목소리로 이야기와 스모 노래를 들려주며 우리 일행을 즐겁게 했습니다.


“저희는 동떨어져서 살 수 없어요. 다른 사람보다 더 중요한 성자인양 굴면서 말이죠.” 그는 단호하게 말합니다. “다른 모든 분들과 마찬가지로 저희도 지역사회의 구성원입니다. 그게 가장 중요하지요.”

우리는 세이료인 사원에서 즐긴 평화로운 사색과 저속한 유머로 기분이 좋아진 채로 다시 길에 올랐으며, 오시마섬에 방문하기 위해 해안선을 따라 길을 되돌아갔습니다. 산림이 울창한 오시마섬의 항만은 새로 지어진 다리로 본토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아누 씨에 따르면 2019년 4월 다리가 개통되기 전에는 배로만 방문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재해 당시 이 섬은 본토로부터 모든 보급이 끊겼습니다.” 아누 씨가 설명합니다. “항공기로 물자를 공수해야 했고, 이곳의 주민들을 돕는 데 시간이 아주 오래 걸렸지요.” 이제 이곳에는 버스와 자전거가 다리 위를 지나고 가족들이 모래사장에서 휴식을 취합니다. 미치노쿠 트레일을 걷는 사람들은 전망대에 올라 저 밖에서 물 위를 가볍게 떠다니는 굴 양식 뗏목을 바라봅니다.

다네사시 해안

우리는 4대째 굴 양식업을 하고 있는 안경을 쓰고 바짝 자른 머리를 한 사려 깊은 인상의 고마쓰 다케시 씨의 어선에 오르기 위해 계류장으로 향했습니다. 고마쓰 씨의 가족은 오시마섬 인근의 바다에서 물고기 및 조개 양식업을 하고 있는 세 가족 중 하나입니다.


“선조들이 이곳을 일터로 삼아서 정말 감사하다고 생각해요.” 고마쓰 씨가 말합니다.  제 직업이 정말 맘에 듭니다. 아주 흥미로운 일이지요!”


고마쓰 씨는 원래 가업에 함께 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 대신 고마쓰 씨는 간토 지방의 대학에 진학해 20대 내내 도쿄에서 회사원으로 근무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그는 일에서 성취감을 얻지 못하고, 게센누마에 있는 가족에게 돌아오기로 했습니다. 가족들은 땅과 바다 가까이 살며 새로운 삶의 양식을 즐겼지만, 고마쓰 씨는 2011년의 재해 이후 일을 어떻게 이어갈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다시 양식을 시작할 생각이 든 것은 1년 전이었지요. 그리고 장비를 준비하고 양식에 필요한 환경 조건을 맞추는 데 2년이 걸렸습니다. 스스로에게 물었지요. “나는 내 자식에게 먹일 수 있는 식품을 만들 수 있을까? 그만큼 나는 자신이 있고 충분히 안전하다고 느끼나?” 그러고 나서야 양식을 다시 시작했지요.”


물 밖으로 고마쓰 씨가 다양한 크기로 자라 있는 굴이 달린 로프를 감아올리기 시작했습니다. 로프에는 작은 알이 가리비 껍데기에 붙어있는 것도 있고 반짝이는 대형 굴이 해조류와 홍합과 얽혀 자라며 무리지어 있기도 했습니다. 그는 학생들을 데리고 가서 식재료가 어디서 오는지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며, 게센누마 인근의 복잡한 생태계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관광객들에게 소개하는 것도 즐깁니다.


그는 보여주고 있던 굴을 늘어뜨려 다시 물속으로 되돌려 보냈습니다. 1년생 굴은 벌써 크기가 크고 껍데기는 반짝입니다. “일본 최고의 굴을 만드는 데는 관심이 없어요. 각 지역에서 각기 다른 굴이 나오는 게 당연합니다. 저는 이 지역을 대표하는 굴을 생산하고 제가 일하는 환경을 배려하고 싶습니다.” 그는 다시 해안가로 돌아가기 위해 눈을 가늘게 뜨고 해를 바라보며 배의 시동을 걸었습니다. “주요 재료는 대자연이라고 할 수 있죠.”


우리는 육지로 돌아가 풍미 넘치고 부드러운 굴이 가득 담긴 스튜를 대접받았습니다. 웃는 얼굴을 한 고마쓰 씨 부인과 그릇을 계속 채워주시던 짓궂으신 할머니가 준비한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만찬을 즐긴 후 활력이 가득한 상태로 고마쓰 씨와 그의 가족과 아누 씨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트레일의 다음 구간을 시작하러 떠났습니다.

미치노쿠 해안 트레일을 산책하며 기사 제목과 통계의 이면에서 실제로 재건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어렴풋이 알 수 있었습니다. 건설이 계속되는 와중에도 지역 주민들은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네트워크인 튼튼한 지역 사회를 만들고 유지하는 데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네트워크에 단 며칠이라도 참여할 수 있었고, 이것이 바로 바로 트레일이 만들어진 목적입니다. 도호쿠의 지역사회를 성장시켜 어떤 방문객이든 이 활력 넘치고 아름다운 지역을 재건하는 데 힘을 보탤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글쓴이: 레베카 핼릿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