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노쿠마노 국립공원의 제일가는 명승지에서 영감을 받은 신화를 만나보세요.
요시노쿠마노 국립공원은 ‘신이 사는 성지’로 불리며 1천년 넘는 세월 동안 순례의 장소로 자리매김 해왔습니다. 여러 갈래로 얽힌 형태의 구마노 고도 순례길은 오늘날에도 참배객과 등산객들에게 여전히 유명한 곳입니다.
이 지역의 멋진 풍광은 수 세기 동안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해왔습니다. 이곳은 불교와 도교가 산악 숭배와 애니미즘과 융합된 고대 신앙인 슈겐도가 탄생한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역에 얽힌 탁월한 자연의 아름다움과 여러 신앙과 관련된 종교적 중요성으로 인해 이 지역에는 풍부한 신화가 깃들어 있습니다.
현대 과학으로 지역의 자연 현상과 지형이 설명되기 전까지는 사람들이 이 지역의 놀라운 지형과 치료 효과를 설명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냈습니다. 이 매력적인 전설에는 역사적 요소와 영적 요소가 담겨 있으며, 이에 대해 알아가면 탐방이 더 풍요로워집니다.
하시구이와 바위
하시구이와 바위는 850m 길이로 바다에 뻗어 있는 약 40개에 달하는 일련의 기둥 모양 암석으로 다리나 부두처럼 보입니다. 이 현상에 숨어 있는 과학적 원리는 이곳에서 태어난 전설만큼이나 놀랍습니다. 1천 4백만 년 전에 거대한 지하 공동에서 분출된 마그마가 주변 이암층의 균열 부위로 스며들어 굳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지진으로 땅덩어리가 융기하고 약한 이암 부위는 바다로 인해 침식되어 더 단단한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두꺼운 벽만 남아 노출되어 있습니다. 비바람이 바위를 점차 침식해 오늘날에 볼 수 있는 기묘한 모양의 바위가 되었습니다.
바위의 형성 원리가 과학으로 설명되기 전까지 이 별난 풍경은 현지인들의 강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을 것입니다. ‘구카이’로도 알려진 고보 다이시(774~835)에 의해 이곳이 생겨났다는 전설이 여러 세대에 걸쳐 내려옵니다. 그는 수많은 사원을 건립하고 일본에 불교를 보급했으며 오늘날에도 사용 중인 표음식 가나 표기 체계를 만들었다고 여겨지는 저명한 승려입니다. 이야기는 지역 주민들이 이 승려에게 바다를 건너 인근의 기이오시마섬으로 가는 다리를 건설할 수 있도록 도움을 청한 데서 시작됩니다. 지역 주민들은 직접 다리를 지으려 했지만 악마가 번번히 훼방을 놓았습니다. 고보 다이시는 악마와 담판을 벌여, 만약 그가 직접 하루 안에 다리를 짓는 데 성공한다면 악마가 다리를 망가뜨리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냈습니다. 악마는 그가 실패할 것으로 생각해 고보 다이시에게 다리를 지을 초인적인 힘까지 주었습니다. 고보 다이시는 빠르게 다리를 지어 나갔으며, 그가 성공할 것이 두려웠던 악마는 아침을 알리는 첫 닭이 훨씬 일찍 울게 만들어 훼방을 놓았습니다. 고보 다이시는 실패했다고 생각해 작업을 멈추었고, 악마는 내기에서 이겼습니다. 전설에 의하면 만들어진 다리가 일부분 남아 있는 것이 하시구이와 바위라고 합니다.
썰물 시간에 방문해 바위 사이를 걸어보고, 엄청난 규모의 바위를 보며 추앙받는 고보 다이시의 전설을 되새겨보세요.
나치 폭포
일본에서 가장 높은 수직 낙하 폭포는 풍광이 멋진 장소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기이 산맥의 성지와 참배길의 일부를 이루고 있습니다.
초당 1톤 이상의 물이 바위 표면 위로 쏟아지며 아래 유역을 향해 133m를 떨어져 내립니다. 이 폭포는 4세기에 발견된 이후로 종교적으로 중요한 장소로 여겨져 왔습니다. 일본의 1대 천황인 진무 천황(기원전 711~585년)이 기이 반도에 배를 타고 도착해 산에서 무언가 빛나는 것을 보고 이 폭포를 발견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진무 천황은 신이 안내자 역할로 보낸 신비로운 삼족오 야타가라스를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삼족오는 그 이후로 일본 전역에서 구마노 신사의 상징이 되었으며, 이는 재탄생과 원기 회복을 뜻합니다. 삼족오의 세 다리는 하늘과 땅과 인간을 뜻합니다.
나치 폭포에 도착한 진무 천황은 폭포를 신으로 모셨습니다. 오늘날 폭포 전역에서 ‘시데’라는 이름의 지그재그 모양 종이 장식이 매달린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이는 신토 신앙의 존재를 나타냅니다. 매달 1일에는 폭포에 꽃을 바치는 의식이 진행됩니다.
구마노 고도 순례에서 제일 중요한 신사 중 한 곳인 구마노 나치 타이샤 신사가 폭포를 굽어보고 있습니다. 가파른 계단길을 30분 가량 올라가면 방문할 수 있습니다. 이 신사는 나치 폭포를 숭상하기 위해 317년에 지어졌습니다. 12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경전의 유물과 신성한 불경이 폭포 주변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나치 폭포 바로 옆에 자리한 히로진자 신사는 구마노 나치 타이샤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이 작은 신사에는 폭포의 용소에서 나오는 물을 마실 수 있는 양수기가 있습니다. 이 물을 마시면 수명이 늘어난다고 합니다.
유노미네 온천
이 작은 마을에는 1,800년의 역사를 지닌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 중 한 곳이 있습니다. 이곳은 구마노 고도 순례길의 두 가지 갈림길 초입에 자리해 등산객들이 머무르고 근육의 피로를 푸는 유명한 장소가 되었습니다. 이곳에는 또한 요시노쿠마노 국립공원 인근에서 제일 유명한 전설 중 하나인 ‘오구리 한간의 전설’이 얽혀 있습니다.
오구리는 ‘데루테’라는 이름의 여성과 결혼한 젊은 남성이었습니다. 이를 허락하지 않았던 데루테의 가족은 그를 살해하고 데루테를 노예로 보내버렸습니다. 사후세계의 신이 오구리를 가엽게 여겨 이승으로 그를 되돌려 보냈지만, 그는 보고 듣거나 말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어떤 승려가 오구리를 발견해 수레에 태웠습니다. 오구리는 누구라도 자신을 치유의 효능이 있는 유노미네 온천으로 데려다주는 사람은 복을 받을 것이라는 표지를 목에 걸고 다녔습니다. 길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수레를 미는 것을 도와주었으며, 그 중에는 허약해진 그를 알아보지 못한 아내 데루테도 있었습니다. 오구리는 444일이 지나 온천에 도착했으며, 유노미네 온천에서 49일을 목욕하고 나자 온천수 덕택에 감각을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그 보답으로 오구리는 아내를 노예에서 풀어주고 그 후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이 이야기는 전통 일본극인 가부키에서 종종 상연되곤 합니다.
벤텐지마섬
벤텐지마섬은 흥미로운 전설을 품고 있는 요시노쿠마노 국립공원의 또 다른 명소입니다. 오자우라 해안의 바로 앞바다에 자리한 이 험준한 무인도에는 붉은 토리이 문으로 표시된 작은 신사가 있습니다. 물과 음악과 예술 등의 흘러가는 모든 것을 관장하는 흰 뱀의 신 하쿠자벤텐이 이곳에 모셔져 있습니다.
3월과 8월 중 며칠 동안만 이 섬에 방문할 수 있으며, 밀물이 들어오기 전 3시간 동안에 한해 섬으로 걸어갈 수 있습니다. 섬을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면 신사 안에 공물로 바쳐진 달걀을 볼 수도 있습니다. 뱀들이 섬에 온 사람처럼 변장하고 어부의 두 딸을 꾀어냈다는 지역 설화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어부는 상심했지만, 그 답례로 신비한 뱀이 부귀를 약속해 주었다고 합니다. 신자들은 뱀을 달래기 위해 여전히 신사에 달걀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글쓴이: 가비 도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