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곰이 으르렁대는 장면을 보는 것을 반쯤 기대하며 동굴을 초조하게 들여다보았지만,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저는 약간의 실망이 섞인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우리는 온 하늘에 새가 높게 지저귀고 매미 울음소리가 가득한 가루이자와 인근의 숲속 깊은 곳에 있습니다. 6명의 우리 일행은 꼬인 나무뿌리 위를 조심스레 밟고 나뭇잎이 덮인 미끄러운 비탈길을 기어오르며 이곳에 도착해 바위 안에 자리한 작고 축축한 구덩이 주위에 모였습니다. 피키오 야생 동물 연구 센터의 인턴 두 명이 이제 바쁘게 굴을 측정하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피키오의 마케팅 이사인 구스베 마사야 씨가 자리를 비운 동물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합니다.
“이곳이 저희가 ‘루시’라고 부르는 엄마곰과 두 새끼곰들이 지내는 굴입니다. 이 시간에는 아마 식량을 구하러 밖에 나와 있을 겁니다. 이곳의 흑곰들은 사실상 채식동물에 더 가깝습니다. 벌집과 개미집만 먹고 연어나 송어는 사냥하지도 않아요.”
“흑곰은 아주 수줍은 동물입니다.” 구스베 씨가 계속해서 말합니다. “숲 속에서 곰을 마주치기란 정말 어렵습니다. 인기척을 느끼면 도망가 버리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물론 새끼가 있는 엄마곰은 새끼를 보호하려 해서, 지금 루시는 조금 더 위험한 상태입니다.”
측정이 끝나고 우리는 산을 통과해 길을 되돌아왔습니다. 동물의 발자국과 금속 같은 색을 띤 자작나무 가지나 두껍고 푹신한 이끼층 위로 빛이 옮겨가는 것과 같은 무언가 새로운 모습이 계속 제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앞서 걷고 있는 피키오의 또 다른 직원인 다마타니 씨는 제 신경이 흐트러져 있는 와중에도 예리하게 집중하고 있습니다. 다마타니 씨가 걸을 때마다 명랑하게 딸랑대는 소리가 나무 사이로 울립니다. 이는 차고 있는 종에서 나는 소리로, 겁먹은 곰에게 우리의 존재를 상기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출발 전에 산행에 관해 들은 충고를 떠올렸습니다. 종을 늘 소지하고 다니며, 걸을 때마다 소리를 내고, 음식은 항상 포장하며, 곰에게 절대 접근하지 않아야 합니다.
일본 흑곰은 겁이 많은 만큼 영리합니다. 구스베 씨가 말합니다. “흑곰은 보통 거주지에서 멀리 떨어진 숲 속에서 지냅니다. 휴지통이나 마을에서 음식을 쉽게 구할 수 있고 인간이 별로 무섭지 않다는 걸 알게 된 개체를 제외하면요. 그러면 그런 개체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피키오는 가루이자와 거주민의 요구와 곰과 지역의 다른 야생 동물들이 필요로 하는 부분의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다음 목적지로 운전해 가며 요새같이 생긴 몇몇 잡동사니 더미를 발견했습니다. 이는 피키오가 곰이 거주 지역으로 오는 것을 막기 위해 취한 여러 실용적인 조치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곰을 떨어트려 놓는 것은 단순히 인간을 위한 일이 아닙니다.
“2003년과 2004년에는 곰이 많이들 일본 마을로 내려왔지요.” 구스베 씨가 설명합니다. “포획된 4천 5백 마리 중 4천 마리가 제거되었습니다. 살처분됐어요.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곰 개체 수를 유지할 수 없어 멸종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대신 동물과 인간 사이의 경계선을 만들어 공존하는 방법을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피키오가 이 경계를 어떻게 유지하는지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우리는 숲에서 올라와 전망대로 가서 눈앞에 펼쳐진 수평선을 바라보았습니다. 전망은 숨이 멎을 듯 아름다웠고, 시야가 광활하게 펼쳐져 있었습니다. 들쭉날쭉한 산맥의 완만한 비탈에는 나무가 심어져 있었습니다. 다마타니 씨는 난간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라디오 안테나를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곰 개체들은 각자 다르게 행동합니다. “예를 들어 곰 한 마리가 마을에 내려와 피해를 입힌 다음, 사람들이 몇 시간 후 사냥 그룹을 짜서 숲을 찾아가 곰을 쏘면 정작 그 곰은 마을을 덮친 개체가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고 나면 위험한 행동을 하는 곰은 계속해서 문제를 일으킵니다. 정작 위협적이지 않은 개체를 죽이게 된 거죠.”
다마타니 씨는 이제 협곡을 살피며 안테나를 높이 들고는 헤드폰에 울리는 탁탁대며 윙윙대는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정확히 어떤 곰이 문제인지를 알아야만 합니다.” 구스베 씨가 멋진 지형을 살피며 계속해서 말합니다. “이를 찾아내기 위해서 저희는 무선송신기를 가루이자와에서 잡은 모든 곰에 심은 다음 놓아줍니다. 그리고 저희가 그 곰들을 매일 24시간 동안 무선으로 추적하지요.” 그래서 만약 곰이 거주 지역으로 너무 가까이 오면, 한 마리씩 뒤쫓아 가서 숲으로 내쫓습니다. 그렇게 하면 마을에 가까이 오는 게 무섭다는 걸 학습하고 그만 오게 되지요.”
저도 안테나를 받아 흔들기 시작했지만, 확실히 어색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여러 소리가 웅웅대는 한 가지 음으로 합쳐지자, 심장이 흥분으로 뛰기 시작했습니다. 왼쪽 협곡에 곰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우리가 방금 굴을 다녀갔던 루시의 신호라고 합니다. 오른쪽으로 돌자 약간 다른 윙윙대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건 24살의 가장 나이 많은 곰인 이쿠라의 무선송신기에서 나는 소리였습니다. 이쿠라는 훨씬 멀리서 동쪽을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산세가 가파른 몇몇 다른 지역에서는 안테나가 다른 송신기를 잡아내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구스베 씨가 설명했습니다. “이게 바로 송신기만 사용할 때 생기는 문제지요. 신호가 협곡 안에서 튕겨나오기 때문에 꽤 어렵습니다. 저희가 몇 년 전부터 카렐리안 베어 도그를 이용하기 시작한 이유지요.”
개들을 만나보는 것이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숲속 깊이 난 흙길의 끄트머리에서 차가 멈추었고, 차에서 나오자 엄청난 짖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소리 나는 곳을 살펴보자, 흥분한 얼룩 강아지 세 마리가 말린 꼬리를 흔들며 울타리로 팔짝팔짝 뛰는 광경에 놀랐습니다. 이들은 생각했던 두려운 맹수가 아니라 의욕이 넘치는 성견처럼 보였습니다.
우리 일행은 개들을 한 마리씩 소개받았습니다. 칠칠맞지 못한 ‘타마’는 목 주변에 검고 흰 얼룩이 넓게 퍼져 있었습니다. ‘엘프’는 생김새는 타마와 비슷했지만 주의력이 훨씬 좋아보였습니다. 털이 길고 풍성해 어미개처럼 보이는 ‘렐라’는 편안하지만 경계를 풀지 않은 채 가까운 곳에 앉아 있습니다.
개를 쓰다듬는 데 몰두한 저는 이곳에 온 이유를 거의 잊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갑자기 개들이 같은 자세를 취하더니, 나무 사이로 한곳을 응시하기 시작했습니다. 개들이 킁킁대며 짖고 난 다음의 고요함은 다소 오싹하기까지 했습니다. 일행 모두가 나뭇잎 사이를 쳐다보자, 일본 자이언트날다람쥐의 둥근 눈이 나무 둥치의 구멍 밖을 엿보며 얌전한 눈으로 우리와 시선을 맞추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결국 개들은 이 작은 포유류가 위협적이지 않다고 결론짓고 다시 놀기 시작했습니다.
“이 개들은 훈련을 시작하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지만, 이미 예리한 본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죠.” 구스베 씨가 말했습니다. “성견이 된 베어 도그는 무선송신기가 없을 때도 곰을 감지하고 쫓아 보낼 수 있어서 사람을 정말 안전하게 지켜줍니다.” 너무 크거나 공격적인 개들은 이 일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개들은 민첩하고 빨라야 하며, 곰을 공격하거나 해치지 않으면서 짖는 소리로 두렵게 만들어야만 마을 근처로 오지 않게끔 학습시킬 수 있습니다.”
시간이 되어 우리는 다정한 베어 도그들과 헤어져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우리는 그 후로 며칠 동안 조신에쓰고원 국립공원 남부의 야생 동물을 관찰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관찰 카메라를 통해 일본 자이언트날다람쥐가 둥지 상자에서 비틀대며 깨어나는 모습도 보고, 야간 활동을 위해 공중에서 급강하하는 장면까지 볼 수 있었습니다. 지고쿠다니 원숭이 공원의 북서부 지역에서 본 목욕하는 원숭이들처럼 가까이서 성체의 등에 작은 아기를 매달고 있는 원숭이의 무리를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야간의 사파리에서는 사슴, 여우, 토끼, 다누키(너구리)를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디를 가든 듣기 좋은 지저귐이 들려왔습니다. 이 지역은 1974년 일본의 첫 야생 조류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으며, 이곳에서는 언제나 새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곰에 대한 생각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영상을 보고 무선송신기의 주파수를 듣고, 굴을 들여다보았던 일이 생각나 살아있는 곰을 보는 것에 대한 기대를 여전히 접기 아쉬웠습니다.
드디어 가루이자와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 아침, 전화 한 통이 걸려와 ‘때가 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곰 한 마리가 포획되었고, 우리 일행이 볼 수 있게 되었다는 메시지였습니다.
차에서 내려 처음 들은 소리는 공기 중으로 울려 퍼지는 매미의 게으른 울음소리였습니다. 그리고 나서 갑자기 으드득대며 찢어지는 소음이 났으며, 나무 사이를 올려다보자 사슴용 철사 덫에 잘못 걸린 곰이 보였습니다. 곰은 덫에서 벗어나려 덫이 묶여 있는 묘목을 뜯고 있었습니다.
이후 모든 일이 정말 순식간에 진행되었습니다. 다마타니 씨가 마취총을 들고 접근해 곰의 왼쪽 어깨에 끝에 붉은색 꼬리가 달린 긴 은색 화살을 발사합니다. 몇 분 내로 곰은 깊이 잠들었으며, 피키오 직원 몇 명이 곰을 조심스레 덫에서 풀어준 다음 비탈 아래로 옮겼습니다. 저는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 씰룩거리는 코와 숨을 내쉬며 오르락내리락하는 가슴팍과 함께 인간의 것과 기묘하게 비슷한 부드러운 발바닥과 어울리지 않는 강력한 발톱을 관찰했습니다. 누군가가 곰의 얼굴에 니트로 된 검정 머리망을 얼굴에 씌웠습니다. 가끔 진정제를 맞은 곰의 눈이 약간 열린 채로 있는 경우가 있어, 이 머리망은 빛 때문에 눈이 손상되는 것을 방지해줍니다.
이 곰은 우리가 전에 마주쳤던 곰이 아니었습니다. 이 곰은 3살 미만의 어린 수컷으로 체중은 35.8kg, 몸길이는 110cm였습니다. 털은 빽빽하고 푹신했으며 반달가슴곰 대부분이 가슴에 지닌 흰 반달 모양은 없었습니다. 직원들이 진드기를 점검하고 털의 표본(이 표본은 분석을 위해 일본 수의생명과학대학으로 보냅니다)을 채취한 다음 덫으로 다친 곳은 없는지 확인하는 사이, 저는 털 아래 감춰졌던 곰의 몸이 얼마나 작은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이 곰은 베어 도그 ‘렐라’와 비교해도 별로 크지 않았습니다.
측정과 건강 검진이 끝나자 곰을 우리에 넣어 차량에 옮긴 다음, 우리는 숲속 깊은 곳으로 차를 몰고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곰을 꺼내어 천천히 땅에 내려놓았습니다. 햇빛 때문에 눈이 상하거나 새에게 쪼이지 않도록 주변에서 자라는 큰 나뭇잎으로 몸을 덮어주었습니다. 작업이 끝날 즈음에는 잎더미 아래에 튀어나와 있는 발 하나만이 보였습니다.
“얼마 안 있으면 깨어날 겁니다. 괜찮을 거에요. 아마 살짝 머리가 아픈 데다 약간 화도 나고 혼란스럽겠죠. 그리고 사람들에게 가까이 가는 게 득보다 실이 더 많다고 생각할 겁니다.” 구스베 씨는 찡그린 듯한 미소를 띠며 말했습니다.
곰이 진정제에 취해 계속 자는 동안 우리 일행은 차로 돌아왔습니다. 마을로 돌아오며 저는 인간의 세상과 동물의 세상을 가르는 경계선이 얼마나 희미한 것인지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리고 이번주 동안 피키오 분들과 함께 그 경계를 따라 걸을 수 있어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글쓴이: 레베카 핼릿